Monday, August 17, 2015

올림피언들의 공부


"김연아가 창업한다고 투자해 달라고 하면, 묻지마 투자할 겁니다"

몇년 전 창업 하고, 찾았던 한 투자 관련 세미나에 참석한 임지훈( 현재 다음카카오 CEO)씨가 투자 유치에 관해 설명하다 던진 이야기. 세계 최고에 올랐을 정도의 '노력'을 쏟아 보았던 김연아라면 다른 일을 하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강력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그녀를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려 주었던 정도의 노력을 쏟을 것이기에, 성공 확률이 높을거라 보고 투자를 할거라는 설명이었다.

세계에서 손꼽을 정도의 운동 선수가 되기 위한 노력의 수준. 그 정도를 다른 일에 쏟아 부을 수 있다면, 분명 다른 분야에서도 빠른 속도로 탑레벨로 올라갈 확률이 높다. 공부에도 통할까? 통한다.

운동과 공부 즉, 몸을 쓰는 것과 머리를 쓰는 걸 잘 하는 사람은 나누어져 있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 운동이든 공부, 연애든 뭐든 인간이 하는 모든 일들은 열심히 하면 잘 하게 된다. 24시간 효율적으로 머리를 쓰는 것이 불가능 하듯, 몸도 약물의 힘을 빌리지 않는다면 마찬가지. 고로 두가지를 효율적으로 병행하고, 거기에 유전적으로 육체적 강건함이 보통 사람보다 더 탁월하다면, 학업을 하면서도 올림픽 금메달을 딸 수준의 운동 능력을 갖추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현재 구글에 재직 중인 직원들 중 올림픽 출전 경험이 있는 직원이 8명 정도 된다고 할 정도로, 스포츠가 생활 저변에 깔린 구미 선진국들에서는 학업과 운동을 모두 탑 레벨로 갖춘 사람들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다.

운동과 학업의 병행, 혹은 엘리트 선수 생활 후 늦깎이 학업을 시작해 성공적으로 학업을 마친 경우 등 몇가지 case들을 정리해 본다.



덩야핑

종목 : 탁구
성과 : 1992/1996 올림픽 금메달 4개

2008년 케임브리지 대학 박사학위 수여 중인 덩야핑

13세 중국을 석권하고 24세에 은퇴하기 전 까지 1992 바르셀로나, 1996 아틀란타 두번의 올림픽에서 단식/복식 금메달 4개를 석권하고 선수 생활 중 8년간 세계랭킹 1위를 유지했던 당대 최고의 탁구 선수 덩야핑.

그녀의 은퇴 후 삶은 더욱 감탄을 자아낸다. 1997년 은퇴 후 바로, 특기자 전형으로 중국 최고의 칭화대학에 진학해 매일 14시간씩 공부에 매달린 끝에 무사히 졸업 후, 영국 노팅엄 대학에서 석사,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2008년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다.

국가의 엘리트 교육 시스템 하에서 공부와 담 쌓고 운동에만 전념하며 살아와 24세 나이에 알파벳도 읽지 못하던 덩야핑이 10년 안에 최고의 대학들에서 박사학위 까지 획득한 그녀의 열정과 노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가히 짐작된다.

덩야핑은 이후 IOC, 베이징 올림픽 조직위원회 등에서 일하고, 중국 국영 회사 CEO 자리에 올라 일하고 있다.


캘드웰 에셀스틴( Caldwell Esselstyn )


종목: 조정
성과: 1956년 멜버른 올림픽 금메달
1956년 올림픽 금메달 조정팀 (Caldwell Esselstyn 은 왼쪽에서 3번째).
이 팀은 예일대학 조정팀으로, 이 팀이 미국 국가 대표로 참가해 금메달을 획득했다. 

대학 졸업하던 해 8인조 조정 종목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에셀스틴은 바로 Case western researve 의대로 진학해 외과의사가 되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 설립자의 손녀와 결혼해,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 평생 재직했으며, 후에 클리블랜드 클리닉 원장, 동물성 단백질의 해악에 관한 저작, 다큐멘터리( Folks over knives ) 등 활발한 활동을 했다.


윙클보스 형제

종목: 조정
성과: 2008 베이징 올림픽 6위
원조 하바드 Facebook 팀 : 윙클보스 형제와  Divya Narendra 


영화 '소셜네트워크'를 보면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크에게 하버드 대학 내의 소셜 네트워크 HarvardConnection 개발을 함께 하자고 제안하는 쌍둥이 형제가 등장한다. 주커버크는 이 아이디어에 홀딱 반해, 개발 팀에 참여를 하고 직접 개발하면서도,  윙클보스 형제에겐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개발이 늦어진다는 거짓말을 하며 수개월간의 시간을 허비하게 만든 후 팀에서 탈퇴. 후에 Facbook 개발을 완료해 하버드 대학 내부에 오픈을 한다.

Facebook은 시스템 내용부터 하버드 대학 내부의 소셜네트워크라는 런칭 계획까지 명백히 윙클보스 형제의 아이디어를 도용해 시작되었고, 후에 윙클보스 형제는 마크 주커버크를 고소해 결국 $65M 우리돈 650억 이상을 받아 낸다.

윙클보스 형제도 결국 HarvardConnection ( 후에 ConnectU 라는 이름으로 변경)을 개발해 런칭 하지만, 크게 빛을 보지 못한다.

하바드 대학을 졸업한 후, 둘은 옥스포드 대학에서 MBA 를 취득한다. 이 후, 2013년 Bitcoin 기반 투자 회사 Winklevoss bitcoin trust 를 설립하고, 2014년  Winkdex 라는 Bitcoin 가격 정보 제공 회사를 창업하며 활발히 창업 전선에서 활동 하고 있다.


카치 키랄리

종목: 배구
성과: 1984/1988 올림픽 배구 금메달, 1996 비치발리볼 금메달

UCLA 재학 중, 비치발리볼 대회에서 우승 한 카치 키랄리(왼쪽)

FIVB(국제배구협회) 선정 20세기 최고의 배구 선수로 선정된 미국의 전설 카치 키랄리. 1984 LA 올림픽, 1988 서울올림픽 두번에 걸쳐 미국에 배구 금메달을 선사했고, 서울올림픽 이 후 인도어( Indoor ) 배구를 은퇴하고, 프로 비치발리볼 선수로 전향한다. 1996년 아틀란타 올림픽에서 최초로 정식 종목이 된 비치 발리볼에서 또 한번의 금메달을 차지하며, 역사상 최초이자 현재 까지 유일하게 인도어/비치 발리볼 양쪽 모두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유일한 선수며, 프로 비치발리볼에서도 역사상 최고의 우승 횟수, 상금으로 최고의 선수로 기록 되어 있는  그야 말로 배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

그의 아버지는 헝가리 주니어 배구 국가대표 출신의 이민자로, 키랄리가 배구를 어릴 적 부터 접하며 엘리트 선수로 성장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키랄리는 UCLA 생화학과를 우등 졸업( Cum laude) 했는데, 대학 재학 중 그의 아버지 처럼 의사가 되려 의대 진학을 한동안 고민 했었다고 한다.

키랄리의 아버지는 주니어 국가 대표를 지낸 후 의사가 되었고, 키랄리 자신도 대학 4년 중 3년을 전미 최고의 배구 선수로 꼽힐 정도로 운동에 몰입 하면서도, UCLA 생화학과를 우등 졸업 할 정도로 학업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크레이그 벤터( Craig Venter )

종목: 수영
성과: 시 챔피언 ( * 벤터의 경우 올림픽 출전 선수 출신은 아님 )
1964년 고교 수영 선수로 활동하던 당시 벤터 ( 앞줄 왼쪽에서 4번째)


고등학교 때 까지 C, D 이상의 성적을 거두지 못할 정도로 학업에 관심 없고, 여자 뒤꽁무니나 쫒아 다니던 벤터가 처음으로 성취감을 느낀 건, 수영. 지역 대회 챔피언에 오를 정도로 한번 성취감을 느낀 수영에 몰입했다.

고교 졸업 후, 베트남전에 의무병으로 참전한 벤터는 전쟁의 참상을 목격하며 의사가 되어 생명을 구하는 일에 투신하겠다는 강력한 사명감을 얻고, 종전 후 귀국해 공부를 시작한다. 지역 커뮤니티 칼리지 졸업 후, UCSD 에 편입 학부 과정을 마치는데, 공부하던 과정 중 유전병 등 의사가 고칠 수 없는 질병이 많다는 한계를 느껴, basic discovery 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기초의학을 위해 박사과정으로 진학, 학위 과정 중 Science 등 세계적 잡지에 수편의 논문을 출판할 정도로 연구에 몰입한 끝에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공부를 시작한지 겨우 7년 만에 박사 학위를 취득한다.

달탐사 이후 최대의 과학 프로젝트 였던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주역으로 게놈 산업 혁신을 주도하며 우리 시대 가장 유명한 과학자 중 한명인 벤터는 2014년 Human longevity 사를 설립해 2020년 이전 100만명의 인간게놈을 읽어내 인간의 질병과 노화를 정복하겠다는 대담한 목표를 향해 한발한발 전진하고 있다.



공부는 '때'가 아닌 '동기'

덩야핑이나 벤터의 경우를 보면 학업은 '때'보다  '의지와 동기'가 월등히 더 중요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학업을 해야할 강력한 동인이 있다면 대학/대학원 과정은 4년 5년이 아니라 덩야핑이나 벤터처럼 빠른 시간 안에 끝낼 수 있다.  대학 4년 졸업에 필요한 학습량을 덩야핑 처럼 매일 14시간씩 미친듯 쏟아 공부할 수 있다면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끝낼 수 있을지 한번 생각해 보라.

교육학에 큰 업적을 남겼던 페스탈로치는

"Motivation is everything in education"

이란 명언을 남겼다. 공교육이든 뭐든, 교육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학생들에게 학업을 해야할 동인과 이유를 찾아 주는 것, 공부는 학생이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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