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그메 상예 왕추크 부탄 국왕이 했던 말이라고 한다.
석유 개발로 부국이 된 국가 브루나이는 이 부를 국민들의 행복도 향상을 위해 쏟아부었다고 한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마치 공무원에게 월급 주듯 월급을 주고, 언제든지 들어와서 살 수 있는 초현대식 집을 지어주고, 외부가 금으로 도금된 7성 호텔을 짓고,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항공사를 운영한다. 이러한 국가의 노력이 브루나이 국민들의 행복도를 이전에 비해 높여주었을까?
잘 사는 나라일수록 행복할까? 만약 그렇다면, 행복하기 위해선 얼마나 더 부강해져야 할까? 풍요롭게 잘 사는 나라도 불행한 국가일 수 있고, 반대로 경제적으로 힘든 국가라도 행복한 국가인 경우도 있다고 하던데, 과연 국가의 경제력과 행복도는 구체적으로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을까?
이에 대한 궁금증을 구체적으로 해소해 보고자, 국가 행복도와 국가의 경제력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를 이용해 분석해 보았다. 국가 행복도는 World Database of Happiness ( http://worlddatabaseofhappiness.eur.nl/ )의 국가 평균 행복도 자료를 이용하였고, 국가의 경제력은 국가 전체의 경제력 보다는 한 국가에 속한 개인의 경제력이 개인의 행복에 실질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여 개인당 GNI 지수 (GNI per capia, http://web.worldbank.org ) 를 이용하였다. ( 국가 평균 행복도는 2000년 부터 2008년 까지 해당 국가에서 시행된 행복도 조사의 평균 행복도이고, 개인당 GNI 지수는 2007년 기준 자료 )
개인당 소득과 국가 행복도의 상관관계
개인당 소득 ( GNI per capia ) 와 국가의 평균 행복도 ( 개인의 행복도 총 합 / 조사 대상 국민수 ) 의 관계도를 그려보면 ( 그림 1) , 국가의 개인당 소득이 증가할수록 평균 행복도도 증가하는 경향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Pearson 상관계수 값도 0.67로 두 변수 간에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증명한다. 그래프를 보면 이러한 경향성이 개인당 국민소득 2만 불이 넘어가는 시점에서도 계속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행복한 국가가 되기위해선 결국 더 잘 사는 국가가 되는 수밖에 없는걸까? 국민 소득 2만불 언저리에서 헤메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 그리 행복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건 당연한 것이었을까?
그림 1. 개인당 국민 소득과 국가 평균 행복도의 관계 그래프
얼마나 잘 살아야 하나?
그림 2는 특정 개인당 국민 소득 이상의 국가들에 대한 행복도와 개인소득의 상관관계를 나타낸 그래프다. X 축의 개인당 국민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대상 국가들은 특정 개인당 국민 소득 이상의 부자 국가들로 점점 한정되는데, 이에 따라 행복도와의 상관계수가 급격히 낮아지는 시점은 개인당 국민소득이 30,000$ 되는 지점에 가깝다.
그림 2. 특정한 개인당 국민 소득에 이상을
나타내는 국가에 대한 행복도와
소득 수준에 따라 가장 행복도가 상승한 0~10,000$ 그룹을 생각해 보면, 이 단계의 소득 수준을 보이는 국가들은 소득 수준에 따라 생명에 직결되는 의식주의 만족도가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행복과 경제력의 관계가 가장 밀접하게 나타나지 않나 생각된다. 이 이상의 그룹에서 경제력의 차이는 의식주의 문제와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어, 각 국가의 문화적 배경과 정치적 안정도 등에 따라 행복도가 더 크게 영향을 받지 않나 짐작해 본다.
그림 3. 개인당 국민 소득 구간별 행복도와의 상관관계.
X축 값은 구간 시작값. 0$ 인 경우 0$에서
못살아도 행복한 국가, 잘 살지만 불행한 국가
개인당 국민소득 순위와 행복도 순위의 차를 구해 다시 순위를 매겨서 소득 순위가 높지만 행복도가 낮은 나라와 소득 순위가 낮지만 행복한 국가를 분류해 보았다.
소득 순위보다 행복도 순위가 월등히 높은 상위 국가들을 살펴보면 나이지리아, 베트남, 콜롬비아, 우즈벡스탄, 콴타나모, 라오스, 인도네시아, 엘살바도르 등 소득 순위 100위권, 실제 개인당 국민소득이 수천달러에 불과한 나라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중에 행복도 순위가 가장 높은 국가는 콜롬비아로 행복도는 4위, 소득순위는 97위를 기록하고 있다. 소득 순위가 60위 이내이면서 상위에 랭크된 국가로는 멕시코가 행복도 5위, 소득순위 58위로 못살아도 행복한 국가 25위에 랭크되었다. ( 그림 4)

그림 4. 행복도 순위가 국민소득 순위 보다 높은 상위 30개 국가.
반대로 소득순위에 비해 행복도가 낮은 국가들의 순위를 살펴보면, 리투아니아, 불가리아, 라트비아, 마케도니아, 헝가리, 러시아, 보츠나와 등이 상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고, 한국 ( 소득 순위 38위, 행복도 순위 68위 )은 전체 대상국 130개국 중, 12 번째로 소득 순위에 비해 행복도가 낮은 국가에 이름을 올렸다. 이 순위에서 아시아의 부국들 홍콩( 소득순위 29위, 행복순위 63위), 쿠웨이트 ( 소득 26위, 행복 39위 ), 싱가폴(소득 28위, 행복 37위 ),일본 ( 소득 24위, 행복 49위) 이 30위 안에 랭크되어 있는 것이 눈에 띈다. 특히나 행복도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 대만을 제외한 동아시아 경제 4룡 한국, 홍콩, 싱가폴과 아시아 최대 경제대국 일본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소득 수준에 비해 행복한 국가들 모두 소득 순위 100위권의 빈국들이었던데 반해, 소득 수준에 비해 불행한 국가들의 많은 수가 개인당 국민소득 10,000$ 이상의 비교적으로 경제적으로 안정된 국가들이 많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지역별로 보면 정치적으로 불안한 동구권 유럽 국가들, 문화적으로 개인적 가치보다 집단의 가치가 중시되는 아시아 국가들이 특징적으로 분포하고, 세계 폐권 국가를 자처하는 미국도 27위에 올라 있다. ( 그림 5)

행복도 순위 하위 30개국 중 소득 1,000$가 넘는 국가는 12개국이고, 10,000$가 넘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 이 중, 소득이 가장 높은 나라는 리투아니아로 9,920$). 나머지 18개국의 평균 개인당 국민소득은 379$ 이고, 가장 소득이 낮은 브룬디는 110$ 밖에 되지 않는다. ( 그래도 브룬디는 행복도 하위 30개국 중 가장 소득이 높은 리투아니아보다 행복도가 두단계나 높다. )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 경제력이 높다고 무조건 행복한 국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동아시아 경제 부국인 일본, 홍콩, 싱가폴, 한국이 모두 경제력에 비해 행복도가 낮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개인의 행복은 개인의 가치를 중시하는 문화 안에서, 개개인의 의지로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스스로의 가치를 쌓아나갈 때 높아지게 된다. 유교 문화권에서 개인의 가치보다 집단의 가치를 중시하고 개인의 욕구를 억누르고 남의 시선을 신경쓰는 삶의 행태를 어릴 때 부터 교육받아온 동아시아 부국의 국민들이 경제적으론 풍요롭지만 상대적으로 불행한 이유가 아닐까?
좀 더 행복해 지기 위해선, 자기 자신과의 진지한 대화를 끊임없이 해야하고, 좀 더 고독과 친해져야 하고, 자신 만의 온전한 세계를 꿈꿀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