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March 7, 2016

$1000게놈 시대, 개인 게놈 보급 속도가 더딘 이유

HiseqX 로 인해 인간게놈 $1000 시대가 왔지만, 기술과 가격의 혁신 속도에 비해 여전히 개인 게놈은 빠르게 보급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크게 두가지 문제를 그 이유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무어의 법칙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DNA sequencing 기술

우선 각국 정부의 규제 이슈. 헌데 이 규제는 게놈의 '의학적 활용'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다. 게놈의 의학적 활용은 게놈의 1차원적 활용 단계라 본다. 직접적으로 게놈을 활용할 수 있는 application domain. 만약 '의학적 활용'이 아닌, 다른 domain 으로 시야를 확장해 본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다른 domain에 활용은 사실 이렇다할 규제 자체가 만들어져 있지도 않다.

개인 게놈 보급이 더딘 또다른 이슈로 바로 다양한 용도로 게놈이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왜 개인 게놈은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을까? 왜 인터넷, 모바일 비즈니스 처럼 게놈을 활용한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실리콘벨리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지 않을까?



개인 게놈 보급 속도가 더딘 이유
애플I, II 가 나온 상황에서 단순히 BASIC 프로그래밍만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PC가 그렇게 빠르게 보급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고, 애플은 그냥 또다른 실패한 실리콘벨리 스타트업의 하나로 사라졌을 것이다. 비지칼크나 각종 게임, 데스크탑 출판을 가능케 하는 다양한 소프트웨어 등, 개인용 컴퓨터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PC는 빠르게 일반에 보급될 수 있었던 것이다.

PG( Personal Genome; 개인 게놈 )는 지금 덩그러니 본체와 기본 소프트웨어( 게놈에서 pathogenic variant 찾아 의학적 용도 활용)만 탑재된 PC와 같은 상황, 자연히 지금 상태의 PG는 전문가( 생물학 의학 연구자, 진보적인 의사) 이외의 일반인들이 구매를 할 이유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상황이 이러니 개인 게놈의 보급이 기술의 진보 수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한없이 뒤처진 현 상황은 너무나 당연하다. 개인 게놈 산업이 산술적 성장을 넘어 기하급수적 성장을 하지 못하는 것도 너무나 당연한 상황이다.
120만 개인 게놈을 보급한 23andMe의 고객 증가 추이 그래프. 23andMe 역시 산술적 성장에 그치고 있는 상황.


그렇다면 왜 PC가 그랬던 것 처럼 PG의 활용도를 넓혀 주는 다양한 제품들이 나오지 않는 것일까? 실리콘벨리의 혁신적 기업가들은 왜 PG를 기반으로한 제품들을 출시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


게놈을 모르거나, 너무 익숙하거나

게놈은 어렵다 창업자들에게 조차. 인터넷/모바일 비즈니스 창업가가 게놈 스타트업을 창업하려면 게놈에 대한 이해를 해야 한다. 이 장벽이 생각보다 높다. 그 시간에 차라리 더 명확하고 눈에 띌 만한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게놈 전문가들이 창업하면 어떨까?  이들은 기존의 '전문가 도메인'을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익숙한 '의학적 용도 활용'을 벗어나지 못하고 진단/제약 관련 제품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을 창업하는데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

게놈 학계에서 가장 유명한 조지 처치의 예를 들어 보자. 그는 개인 게놈의 보급에도 정력적인 활동을 하며 PGP 프로젝트 등을 이끌고, 동시에 개인 게놈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도 여럿 창업 했다. 그가 창업했던 Knome 는 수백억의 투자를 받고 7년 이상 사업을 진행했지만, 기껏 70억을 투자 받은 Tute genomics 라는 회사에 인수 합병되며 사업을 접었다( 한 마디로 망했다). 최근 그는 Knome 와 거의 동일한 제품을 공급하는 Veritas genetics 라는 회사를 공동 창업해 또 다시 개인 게놈 정보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Knome를 정리하고, Veritas genetics 를 설립한 조지 처치.

조지 처치의 Knome와 Veritas genetics가 만든 제품들은 모두 '전문가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제품들이다. 개인 게놈( Whole genome)을 읽어내 up-to-dated 된 질병과 개인 특질들을 분석해 주는 것이 전부. 전형적인 게놈 전문가가 게놈 정보를 활용하는 방식대로 게놈을 활용하게 만들어주는 제품이다.

이런 제품이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제품을 구매해야겠다는 강한 동인을 만들어 줄 수 있을까? 지금 까지 결론은 '그렇지 못했다'.  $1000이란 돈은 '껌값'이 아니고, 특별한 목적이 없는 단순한 전체 게놈 분석 제품은 이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 명확한 타겟 고객도 없다. 이런 '전문가적 용도'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제품이 '일반인'들이 널리 구매하는 블록버스터가 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기도 하다.

조지 처치의 새로운 스타트업 역시, 특별한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사라질 것이라 예상한다.

종합하면, 게놈을 잘 아는 전문가는 전문가의 틀에 빠져 다양한 영역으로 게놈의 활용을 넓히지 못하는 시도를 하고, 게놈을 잘 모르는 창업가들은 게놈의 이해라는 높은 장벽을 뛰어 넘기 어렵기 때문에, 다양한 용도로 게놈 활용을 시도하는 스타트업들이 생각 만큼 많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게놈에 대한 민감한 시선

개인 게놈 스타트업들이 쏟아지지 않는 또다른 이유로 게놈에 대한 민감한 사회적 시선을 들 수 있다.
게놈은 단순한 개인 정보가 아니다. 한 개인의 청사진이고, 개인의 특질부터 인간의 생로병사에 대한 방대한 정보가 담겨 있다. 자연히 게놈의 활용에 사회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게놈을 활용한 진단도 괜찮고 처방도 괜찮고 의학적 치료를 판단하기 위한 근거로 쓰는 것은 괜찮지만, 익숙하지 않은 의료라는 도메인을 벗어나 새로운 역할이 부여되면 과연 게놈을 그런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온당한지에 대한 민감한 사회적 이슈가 제기 된다.

스타트업은 기존의 사회적 틀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그런 자유로움 속에서 다양하고 창의적인 시도들이 번성할 수 있다. 헌데, 게놈의 활용은 창업자들 조차 이런 자유로움을 온전히 가지기 어렵게 한다.

단순한 사회적 틀 이상으로 게놈은 '도덕적, 종교적 이슈' 까지 붉어지게 마련이고, 창업자 개인이 가진 철학적 기준과도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터넷 비즈니스 처럼 단순히 '일단 만들어 보고 생각해보지 뭐' 가 되기 어렵다.

게놈 기반 소셜데이팅 서비스를 만든다고 하자. 이건 단순히 게놈 정보 매칭을 통한 소셜데이팅 서비스 공급에서 끝이 아니라,

- 개인 게놈 정보 매칭을 통해 즉 타고난 개인의 특질로 개인 간의 만남 자체를 제한하는 것이 온당한가?
- 결국 이런 서비스가 '게놈 버전 부익부 빈익빈'의 사회적 계층화를 고착화 시키는 기반이 되지 않을까?

등의  윤리적 이슈, 정치적 이슈, 개인의 철학적 이슈와 결부 된다. 창업자 자신도 '일단 한번 만들고 보자'가 되기 어려운 딜레마에 빠지기 쉽상.


용기, 시도...

개인 게놈 스타트업이 다양하게 나오기 쉽지 않지만, 결국 이런 스타트업들은 일정한 시기를 지나면 기하급수적으로 쏟아져 나올 것이고, 그와 궤를 같이 하여 개인 게놈은 PC가 그랬던 것 처럼 널리 보급되어 무수히 많은 또다른 혁신의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실리콘벨리 IT 스타트업 1500개 기업 중 평균 1개 꼴로 조단위 기업이 나온다. 개인 게놈 산업에서도 그 정도로 활발히 스타트업들이 쏟아져야 특별한 성공을 거두는 기업들이 나올 수 있다. 지금은 다양한 시도가 필요한 시기다.

무엇이 성공할까? 알 수 없다.

하지만 용기를 가지고, 작은 문제라 하더라도 '타겟 고객'이 명확한 시장이라면 과감하게 제품을 만들어 시도를 해야 한다.  그런 작지만, 강력한 시작이 결국 큰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피해야 할 것은, '큰 문제' 지만 타겟 고객이 명확하지 않은 시도.  개인 게놈을 읽어 '이것저것 다 해주겠다'는 성공할 확률이 0에 수렴한다. 그 '이것저것'이 명확해야 한다. 이것저것이 이미 존재하는 문제(이미  시장이 존재)고 개인 게놈을 활용해 더 효율적으로 풀 수 있는 문제라면, 성공 확률이 급격히 높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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