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August 30, 2012

스티브 잡스 vs. 루카스 와트맨 :: 개인유전체 정보를 이용한 암 치료 혁명

 스티브 잡스는 사망 후에도 히트작을 하나 만들어 내는데, 전세계에서 엄청나게 팔려나간 그의 자서전이 바로 그것이다.  잘 알려져 있다 시피 스티브 잡스는 치료법이 거의 없는 췌장암에 걸려 죽음을 앞두고 있다가,  치료가 가능한 희귀한 형태의 췌장암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수술을 통해 6년을 더 살다가 다시 암이 재발해 숨을 거뒀다.  앞서 언급한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엔 그가 겪은 암의 치유 과정이 좀 더 자세히 묘사되어 있는데,  대체 의학에 대한 그의 믿음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쳐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암이 악화되어 갔고, 그의 의료진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시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재발한 암에 고통받던 시기 스티브 잡스의 마지막 애플 컨퍼런스 기조연설


게놈 분석으로 암 치료를 시도한 스티브 잡스

앞서 언급했듯, 췌장암은 특별한 치료 방법도 없고, 약도 개발되어 있지 않다.  무기력하게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의 스티브 잡스의 치료에 지구상 최고 수준의 의료진(스탠포드, 하버드 등의 의료 연합팀) 이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시도한 마지막 암 치료 방법은 '개인 유전체 분석' 이었다.

잡스의 의료진이 선택한 게놈 분석은 전장 지놈 분석( Whole Genome Sequencing ) 으로 인간의 30억개 DNA 서열을 모두 읽어 분석하는 방식이다. 이런 whole genome 분석은 2001년 인간게놈프로젝트(HGP: Human Genome Project ) 에서 30조를 들여서야 가능했지만, 지금은 천만원 단위로 그 가격이 낮아져있고, 잡스의 게놈을 분석할 당시인 2009년~2010년  경엔 천만원 정도를 들이면 가능한 수준으로 낮아져 있었는데, 잡스의 사망 후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이에 십만달러 우리돈 1억 정도가 들었다고 한다. 현재 실험실 레벨에서의 전장 게놈 분석 비용은 3백만원 아래다.

암 환자의 게놈을 읽는 것이 어떻게 암의 치료로 이어질까? 컨셉은 매우 간단하다. 간략하게 서머리 해보면,

  1. 암 환자의 정상 세포와 암세포의 게놈을 읽는다.
  2. 두 게놈을 비교하여 암세포에 변형이 일어난 DNA 를 찾는다.
  3. 변형이 일어난 DNA 로 인한 비정상적 세포 기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찾는다.
  4. 3번 과정에서 찾은 유전자를 타겟으로 하는 약의 처방 이나 시술을 시행한다. 

위와 같은 순서로 요약할 수 있다.  문제의 원인이 되는 DNA 를 찾고, 이 DNA 가 포함된 유전자를 표적으로 하는 약을 찾아 처방한다는 것이 게놈 분석을 통한 암 치료의 핵심이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문제가 되는 유전자를 표적으로 하는 약은 '암치료 약'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이다. 평범한 감기약도 암을 유발하는 DNA 가 포함된 유전자를 타겟으로 하면 암을 치료하는 약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Why Genome Sequencing for Cancer Treatment? 

이쯤에서 상기해야 하는 사실 ' 우리는 서로 모두 다른 게놈 DNA 서열을 가지고 있다' 

치료 방법이 없는 스티브 잡스의 게놈을 왜 분석했을까? 그래봐야 치료법이 없는 암을 앓고 있지 않았나? 맞다. 하지만 그의 게놈은 지구상 그 누구의 게놈과도 다른 유일한 DNA 서열로 이루어져 있다. 그의 암을 일으킨 DNA 들은 기존의 암치료제들이 표적으로 삼지는 않지만, 이미 존재하는 다른 약들은 표적으로 삼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 '개인 특이적 DNA 다형성' 이 암 치료에 게놈 분석을 도입하고, 효과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이유다.

애석하게 스티브 잡스의 게놈 분석에서는 치료에 효과적으로 사용할 만한 정보를 찾는데 실패했고,  그는 죽음을 받아들여야 했다.

잡스가 죽고난 이후, 2012년 게놈 분석을 이용하여 암을 효과적으로 치유한 사례가 뉴욕타임즈 기사에 실리면서 화제가 되고 있는데, 더욱 화제가 될 만한 것은  이를 적용한 대상의 암 환자가 워싱턴 대학에서 암을 연구하는 의사라는 사실이다.


루카스 와트맨( Lukas Wartman )

루카스 와트맨은 대학 시절 여름 방학 때 잠깐 병원에서 일하면서 암 연구에 매료되었고, 세인트루이스 소재 워싱턴 대학 의과대학에 진학하여 암 연구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2002년 그의 의과대학 마지막 해 스탠포드 대학 레지던트 프로그램 인터뷰가 있던 날 아침 처음 겪어보는 엄청난 피로감과 함께 이런 계획들은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백혈병( 정확히는 급성 림프구 백혈병 , ALL : Acute Lymphoblastic Leukemia ) 에 걸렸던 것이다. 그는 스탠포드에서 레지던트 프로그램을 하려던 계획은 취소하고, 워싱턴 대학에 남아 치료와 레지던트 프로그램을 병행한다.  2년여의 화학요법 치료를 마치고 건강히 5년이 지나 암이 치유된 것 처럼 보였지만, 암은 다시 재발한다.  남동생의 골수를 이식받고난지 3년지 지난 후에도 다시 암이 재발한다.

담당 의료팀은 모든 방법을 시도해 봤지만, 아무 것도 효과가 없었다.


와트맨( 왼쪽 ) 과 그의 보스이자 연구 동료, 그리고 주치의인 존 디페르시오( John Dipercio )


더이상 가능한 방법이 없던 시점, 마지막 희망은 그의 게놈을 분석하여 치료를 하는 획기적 기술이었다. 워싱턴 대학 유전학 연구소의 책임자 리차드 윌슨과 엘라인 마디스 팀이 그의 게놈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DNA가 아닌 RNA 가 암을 치료하다 

연구팀은 먼저 그의 DNA 를 분석했다. 예상대로 많은 변형 DNA 들이 발견되었지만, 이들 DNA 를 표적으로 하는 약이 없었기 때문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은 또다른 유전체 정보인 RNA 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발견을 하게 된다.

연구팀은 백혈병 세포에서 FLT3 라는 유전자가 광범위하게 발현이 되고 있음을 알아냈다. FLT3 유전자는 정상 세포에서 세포를 성장시키는 역할에 관여한다. 암이 무엇인가? 세포의 끝없는 성장이다. 곧, 과발현된 FLT3 유전자는 와트맨의 암 세포를 빠르게 성장시키는 암의 원인 유전자가 되고 있다는 가정을 할 수 있게 된다.

이 보다 더 와트맨에게 희망을 준 사실은 Sutent 혹은 Sunitinib 이라 불리는 FLT3 유전자를 표적으로 하는 신장암 약이 막 허가를 받아 시판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약값은 하루 $330불로 매우 비쌌고, 와트맨의 보험 회사는 약값 지불을 거부했다.

보험 회사가 두번이나 그의 간청을 무시하자, 그는 Sutent 의 제조사 화이자(Pfizer) 에 접촉해 그의 연봉으론 7개월 보름 분의 약값 밖에 지불할 수 없다며 약 제공을 간청했지만 여전히 묵살 당하고 만다. 동료 의사들의 도움으로 약을 제공받게 된 와트맨은 약을 복용한지 2주 백혈병 세포로 가득했던 골수가 완전히 깨끗해져 있음을 생검 검사를 통해 확인하게 된다.  이후 여러가지 검사를 통해서도 그의 백혈병은 치유되었음이 확인된다.  ( Cytometry, FISH 테스트 등)

이후 화이자는 와트맨에거 Sutent 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결정했고, 그는 지금까지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워싱턴 대학 병원은 와트맨과 같은 유전적 변이가 암에서 발견될 때, Sutent 를 처방하여 치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Clinical trial testing 의 런칭을 준비중이라고 한다.


스티브 잡스, 와트맨, 그리고 당신 

같은 게놈 분석을 암치료에 적용하고도 스티브 잡스는 죽었고, 와트맨은 치유되었다.  와트맨은 운이 좋았다. 운 좋게 그의 변이 유전자를 표적으로 하는 약이 개발되어 있었고, 스티브 잡스는 아마도 이런 유전적 변이와 이를 표적으로 하는 약을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와트맨과 같은 사례는 앞으로 더 많은 숫자와 주기로 반복될 것이다. 이런 사례들은 각각 새로운 암 치료 '유전자 변이-표적 약'  조합을 가지게 되고,  암으로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들중 상당수를 구원하게 될 것이다.

스티브 잡스, 와트맨 처럼 게놈 분석을 하기 위해선 아직도 꾀나 많은 돈이 든다. 하지만 유전체 분석 비용은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고, 암 유전체 분석만을 위해서 구체적으로 상품을 꾸린다면 지금도 천만원 보다 적은 돈으로 이런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다 ( 마진을 거의 붙이지 않는다면 ).

우리는 이런 기술이 가능한 세상에 살고 있고, 이런 기술이 앞으로 암에 걸린 당신을 치유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