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April 24, 2011

Kindle Singles::아마존의 서적판 '앱스토어'

킨들을 이용해 아마존에 접속을 하면, 'Kindle singles' 라 적혀있는 큼지막한 카테고리가 보인다. 들어가보면 기존의 아마존에서 책 검색 하는 화면과 같이 책 목록이 페이지를 채우고 있는데, 특이한 건 가격이 대게 $0.99, $1.99 등으로 상당히 저렴하다는 점과, 종이책 버전은 없이 킨들 버전으로만 책이 존재한다는 점.

킨들에서 아마존 접속한 화면. 'Kindle singles' 항목이 오른쪽 위에서 두번째 메뉴로 위치해 있다 .
처음엔 여기 속하는 책들이 판매가 저조해서 절판된 책들을 킨들버전으로 싸게 팔려는 책이거나, 혹은 싱글음반 처럼 맛뵈기 용으로 정식 출판 전에 간략 버전으로 출판하는 책이거나 둘중 하나가 아니겠나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킨들싱글은 바로 서적판 '앱스토어'. 10,000~30,000 단어 사이의 길이로 쓰인 책을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킨들버전 책으로 출판을 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책 시장이 바로 킨들싱글.  애플 앱스토어와 유사하게, 킨들싱글로 출판된 책들은 0.99~4.99달러 사이로 가격을 책정해 판매할 수 있다.

저작권료는 책판매금액의 70%를 가져가고 책 판매시 매번 delivery fee ( 파일 크기에 따라 결정. 1KB 당 미국은 $0.15 ) 를 내거나, delivery fee 를 안 내고 35%를 가져가는 방식 둘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고 한다.  ( 킨들버전 책은 물리적 delivery 는 필요없지만, 통신망(wifi or 3G) 을 통해 delivery 가 필요하고, 실제 아마존이 킨들 리더 이용 고객들의 3G 망 통신비를 부담하기 때문에 delivery fee 책정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아마존 홈페이지에서 킨들싱글 페이지
킨들싱글 관련 기사들을 읽어보면, 1-3만 단어 길이의 글이 신문,잡지 등의 글보다는 길면서 보통의 단행본 책보다는 짧은 길이로, 사람들이 특정 주제에 관한 글을 편하게 느끼며 읽을 만한 길이라는 연구 결과에 착안해 킨들싱글 버전 책의 분량을 결정했다고 한다.

즉, 킨들싱글 마켓은 신문,잡지 등의 가벼운 글보다는 무겁고, 단행본 보다는 가벼운 읽을거리라는 틈새시장을 염두에 두고 기획된 것.  실제 3만단어면 종이책으로 100페이지 이내의 분량으로 3시간 이내에 읽을 수 있는 정도로, 직장인의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하루만에 소화할 수 있는 분량이다. 킨들싱글 버전 책 소비자는 바로 이런 사람들을 주요 타겟으로 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Self-publication 기반 책 거래 시장의 존재는 다양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래와 같은 가능성들을 상상해 본다.

1. 맞춤형 지식의 활발한 유통
 책을 내는 저자들은 대게 어떤 분야든 그 분야 최고 전문가 급의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이 아니고선 감히 책을 낼 엄두를 내지 못하거나, 책을 출판하고 싶어도 출판해줄 출판사를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운 경우가 태반이다.  그러나 기껏 최고 전문가라 책을 출판 하더라도, 그 책이 독자의 갈증을 제대로 풀어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최고 전문가가 출판한 책이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범작에 그친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

 강남 땅부자가 쓴 재테크 서적에서 '부동산에 투자해야 부자된다' 라는 조언은 평범한 월급쟁이의 재태크에 하등 도움되지 않는다. 평범한 월급쟁이로서 재테크에 성공적인 사람이 하는 조언이 평범한 월급쟁이에게 도움이 되는 재태크 지식이 된다.

  이렇듯, '다양한 레벨의 전문가' 들이 쓴 책들이 고객 맞춤형 지식으로 활발하게 유통되어 지식의 '효율적인 유통' 이 가능해질 수 있다.


2. 시기적절한 출판
 출판사를 통해 출판되는 책의 출판 프로세스는 사회적 시류의 변화와 발을 맞출 만큼 빠르기 힘들다. 그래서 대게 특정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히트를 치는 책은 이미 이 전에 나와 있는 책들 중에 사건과 관련된 상황을 잘 설명하는 책들인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9/11 테러 당시 전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사무엘 헌팅턴의 'The clash of civilization and remaking of world order ( 한국판 제목: 문명의 충돌)' 을 들 수 있다. 테러가 발생한 시점은 2001년 이었지만, 1998년에 출판된 이 책이 9/11 테러 관련 책으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킨들싱글과 같은 출판 시장이 존재하는 앞으로는 특정한 사회적 사건이나 시류를 설명하는 책들이 빠르게 출판되어, 사건의 심층적인 이해를 원하는 독자들의 갈증을 풀어주는 상황을 기대할 수 있다.

3. 전자 리더 계의 통합 플랫폼
 킨들싱글 마켓은 아마존에서 기획한 시장이지만,  킨들 버전의 책은 킨들 리더를 통해서만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스마트폰(아이폰과 안드로이드 등)과 타블렛PC( iPad, 갤럭시탭 등) 에서도 킨들 앱을 설치하고 책을 구입해서 읽을 수 있다. 즉, 어떤 전자 리더 기기를 가지고 있더라도 아마존 킨들싱글 마켓을 이용해 책을 출판하고, 구매하여 읽는데 문제가 없다.

 애플과 같이, 아마존이라는 일개 회사가 운용하는 북마켓이지만, 애플과 달리, 이 모델은 이미 개방형 모델로, 전자책 리더의 플랫폼에 독립적인 상당히 경쟁력 있는 모델이라, 향후 킨들싱글의 성공 이후에 이를 벤치마킹하여 유사한 북마켓을 오픈한다고 해도, 아마존이 구축해 놓은 플랫폼 독립적인 시장을 위협하긴 힘들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해본다.

4. 신데렐라 작가 등용문
유명인이 아닌 이상, 출판사를 통해 책을 출판하기란 쉽지 않다.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 스타 작가가 된 '귀여니' 같은 사례가 있긴 하지만, 이건 정말 로또 당첨 보다 낮은 확률이다. ( 로또는 매주 당첨자가 한명 이상 나오지만, 귀여니 같은 신데렐라 작가는 일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할 정도). 앱스토어가 시작되고 평범한 직장인의 대박 사례 등의 많이 나왔듯, 직업 작가가 아닌 평범한 보통사람의 신분으로 대박 작품을 쓰는 신데렐라 같은 이야기도 속속 접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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